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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이택언 회상

2019. 4. 9. 23:47

 

1908년, 시끄러운 소음이 바람에 섞여 불어왔다.

하늘은 음산한 오렌지빛이었고 원자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어 새벽 시간이었음에도 대낮처럼 밝았다.

 

계속되는 폭발 소리에는 사람들이 공포에 떨며 울부짖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이택언의 머릿속에도 쉴새 없이 폭발음이 반복됐다.

대지는 뜨겁게 달궈졌고, 이물질을 동반한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댔다.

한눈에 봐도 백악관은 반쯤 무너져 있었고, 사람들의 겁먹은 눈에는 온통 부서진 벽의 잔해와 뜨거운 불길만 보일 뿐이었다.

 

그때, 어떤 이상한 광선이 그의 두 눈을 찔렀다.

그것은 폭발이 일으킨 하얀 빛 속에서 위화감이 느껴지는 반짝임이었다.

이택언은 눈을 찌푸리며 더 자세히 보려고 했으나, 갑자기 극심한 두통을 느껴 휘청거리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멀지 않은 곳에 열댓 살의 소년이 보였다.

그는 황급히 다가가 물었다.

 

"괜찮아?"

 

소년의 눈빛은 정신이 나간 듯했다.

그는 눈을 깜박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방금 폭발이..."

 

소년은 멍한 와중에 흥분하며 이택언의 말을 가로챘다.

 

"무슨 폭발이요? 어디가 폭발했는데요? 완전 멋있다!"

 

소년의 눈 속에 불빛이 보였다.

모든 것을 깨끗이 태워버린 것 같은 불빛이.

 

"1908년, 미국 백악관에서 폭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상자는 없었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폭발을 목격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머릿속에 그 남자의 말이 떠올랐다.

이택언은 주변을 둘러봤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이 소년과 마찬가지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전혀 모르는 듯했다.

그때 낯이 익은 젊은이 한 명이 보였다.

이택언은 순간 그를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청년은 회중시계를 손에 들고 복잡한 표정으로 그곳을 떠났다.

 

이택언도 백악관을 떠나 몸을 숨길 수 있는 길모퉁이로 들어갔다.

밤바람이 불자, 순식간에 모든 사람이 사라졌다.

 

이택언은 1년 후의 그 거리에 서 있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유일하게 사라진 것은 바로 자신이 갖고 있는 리스트에 있는 그 사람이었다.

 

"There is no Vane here."

"Who is Chris?"

 

― 마치 정적이 깃든 밤처럼, 어떠한 존재의 흔적도 없었다.

 

그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길모퉁이를 돌아 모습을 감췄다.

그가 사라진쪽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스쳐 지나갔으나 어디서 들려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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