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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람이 공중에서 윙윙 불어댔고 도시의 불빛은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이 땅에 오랜만의 평온함이 다시금 찾아왔다.

 

백기는 건물 옥상 계단에 다리를 지탱한 채, 담담한 얼굴로 도시의 야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BLACK SWAN을 감시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었고, TV타워 사건을 통해 잡은 Evolver를 심문했지만 역시 소득이 없었다.

미궁에 빠진 사건 배후에는, 악랄하고 꺼림칙한 모습이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짙은 먹구름이 바람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백기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손바닥을 폈다.

따뜻한 산들바람 속에 중간중간 날카로운 검은 바람이 빠르게 불어왔다.

그는 강하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꽉 쥔 주먹은 그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자, 복잡한 생각이 어지러이 모여들었다.

불안하지만 괜찮은 척 하는 그녀의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는 것 같다.

투명하지만, 선명한 모습으로...

 

아직은 안 돼.

 

그의 눈빛은 순식같에 밝아지고 결연해졌다.

아직지켜야 할 것이 남아 있었다.

 

마침내 달은 구름을 벗어나 빛을 발산했다.

바람을 통해 들릴 듯 말 듯한 웃음소리가 퍼지며 밤을 수놓고 있었다.

그는 돌연 먼 곳에 있는 수상 대관람차를 바라보았다.

테스트용으로 켜 둔 불빛이 밤하늘에서 반짝이고 있었고, 순간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백기는 밤바람을 타고 대관람차로 다가가, 밤하늘이 그려진 칸으로 들어갔다.

 

시선을 올리자 그녀의 회사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그도 모르게 절로 따스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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