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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이 고장 나서 편의점 근처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오직 휴대폰 화면에서 나오는 빛만이 남자가 가는 길을 비춰주고 있었다.

종역은 전봇대에 기대어 수시로 휴대폰 화면을 쳐다봤다.

젊은 사람들 무리가 웃으며 지나갔고, 그 중 한명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종역을 흘끗 쳐다봤다.

 

종역이 그를 흝어보자, 젊은 남자는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자신도 모르게 종역을 한 번 더 쳐다봤다.

건장하고 평범해 보이는 사람의 눈빛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젊은이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저었고, 빠르게 자신의 무리를 쫓아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 화면이 다시 어두워졌고, 밤은 다시 어둠 속에 잠겼다.

어둠 속의 수많은 장면이 종역을 둘러쌌다.

 

그의 눈앞에 경찰복을 입은 수많은 젊은이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들은 훈련장에서 장난을 치거나, 어둠의 거리에 잠복해 있거나,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을 오갔다.

그중 외로운 모습의, 예전의 종역과 비슷한 모습의 남자가 보였다.

고집스러운 표정의 그는 사람들 속에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사이에 투명한 벽이 있는 것처럼 겉돌았다.

 

하지만 백기와 자신은 닯지 않기도 했다.

그는 엄지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넘기다 그 사진을 눌렀다.

사진 속 세 가족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그에겐 가족이, 언제나 걱정되는 인연이 있었다.

하지만 백기는...

가끔 종역도 백기에게 걱정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저 한 마리의 외로운 늑대 같았다.

마음속에는 밝은 달 말고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왠지 모르겠지만, 종역은 백기에게 자신보다 더 확고한 믿음과 순수함이 있음을 느꼈다.

 

그때 휴대폰 화면에 문자가 도착했다.

 

"얼굴 보고 얘기합시다."

 

지금 그가 하려는 것은...

 

"그래."

 

그 흔들림 없는 믿음을 직접 깨부수는 것이다.

 

이 짧은 대답을 전송하자, 화면은 다시 어둠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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