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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주기락 계책

2019. 4. 9. 22:41

 

병원의 복도는 좁고 길었다.

불은 꺼져 있었다.

그 층의 유일한 불빛은 계단 옆 방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Helios는 컴퓨터 앞에 앉아 빠르게 자판을 두드렸고, 화면에는 수없이 많은 코드가 나타났다.

잠시 후 화면이 깜빡이면서, 남자의 뒷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그곳은 어둠의 드리운 방이었다.

수십 개의 화면이 같은 곳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병원의 중앙 정원이었다.

폭탄 여러 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남자는 의자에 기대 흐뭇한 표정으로 곧 일어날 쇼를 기다리고 있었다.

 

흥, Helios는 작게 코웃음 치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조작을 시작했다.

째깍째깍, 초침이 12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Helios는 엔터키를 눌렀다.

수십 개의 스크린이 연기에 묻혀버렸다.

연기가 피어오르며 병원은 몇 초 만에 무너졌다.

화면 속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방을 떠났다.

 

Helios는 고개를 들어 무너졌어야 하는 그 병원을 바라보며 웃었다.

 

"어리석기는."

 

Helios는 방을 나선 후 중앙 정원을 바라봤다.

오직 적막만이 병원을 드리우고 있었다.

복도에는 창문이 없어 어두웠고, 금방이라도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날 것 같았다.

Helios는 잠시 둘러본 후 계단으로 걸어갔다.

이곳은 고아원이 아니었고, 그 또한 이제 1562번도, 주기락도 아니었다.

 

그때 중앙 정원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울렸다.

그리고 땅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Helios의 눈에 당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갔으나, 곧 상황을 파악하고 망설임 없이 병원 정문을 향해 달려갔다.

 

이렇게나 빨리 처리되다니!

 

땅이 갈라지며 모든 것이 가라앉고 있었다.

Helios는 최대한의 속도로 정문을 향해 달렸다.

그때 한쪽 구석에서 의외의 인물을 발견했다.

그녀는 매우 당혹스러워 보였다.

하마터면 방금 땅이 갈라지면서 생긴 틈으로 떨어질 뻔했지만, 시선은 줄곧 Helios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Helios는 복잡한 심경과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결국 분노를 터뜨렸다.

먼지가 날리고 벽이 무너졌다.

Helios의 얼굴에는 상처가 났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무너지는 돌 위에서 뛰어올랐다.

 

그녀를 품에 안은 그 순간, 그는 상대방의 경악한 눈속에서 낯선 자신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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