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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주기락 악행

2019. 4. 9. 22:31

 

어두운 방, 불빛 한 점 없는 그곳에 마스크를 쓴 남자가 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시선은 줄곧 발끝을 향해 있었고, 꾹 다문 입술만 봐도 짜증이 가득한 그의 기분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마지막 기회야."

 

남자의 목소리는 촘촘한 망처럼 그 좁은 공간에 드리워져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게 장악하고 있었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검은 옷의 남자는 몸을 미세하게 떨기 시작했다.

방 안에 있는 또 다른 사람은 여전히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두 손을 높이 들고 양팔에 큰 구렁이처럼 남은 상처를 흝어보았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옷은 흐트러져 있고 검붉은 핏자국이 낭자했다.

죽은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 그는 한편으로는 어둠 속에 녹아들어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다.

총구가 금발 머리에 겨눠지자, 주기락은 살짝 움직였다.

그는 고개를 들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눈빛에는 두려움의 기색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다.

 

"딸깍", 총알이 장전됐다.

 

"왜 그녀를 도와줬지?" 마스크를 쓴 남자가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예기했다.

 

"대답해, 이 배신자."

 

주기락은 계속 침묵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자 총구가 정확히 미간을 겨눴다.

그는 눈앞의 남자도, 총도, 죽음도 두렵지 않았다.

 

남자는 분노하며 주기락을 발로 차고, 어깨에 발을 올렸다.

말라붙은 검붉은 핏자국에 선홍 빛 피가 번졌다.

갑작스러운 격렬한 통증에 주기락은 참지 못하고 고통에 신음했다.

주기락의 머리가 벽에 부딪혔고 뒤통수에서 피가 흘렀다.

 

주기락의 찌푸려진 표정을 보고, 남자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발길질을 계속했다.

 

그는 총을 땅에 버리고 돌아 문밖으로 나가며 한마디 던졌다.

 

"깨끗하게 처리해."

 

피가 금발을 물들이며 이마를 따라 흐르자 순간 온 세상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남자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검은 옷의 남자는 총을 주워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주기락이 웃었다.

 

어둠 속에서 짐승이 낮게 으르렁거리는가 싶더니 뭔가가 가까이 다가왔다...

다음 순간, 손목을 묶었던 사슬이 사라졌고, 주기락은 기침을 하며 벽에 기대어 일어났다.

 

사방은 칠흑같이 어두웠지만, 주기락은 자신이 이미 다른 곳에 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은은한 푸른빛이 번졌다.

그리고 곧 낮고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만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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